미니벨로 버디와 국토종주 1일차 양평-충주

그동안 버디를 타면서 장거리 여행 시 가장 걱정되었던 타이어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이제 항상 마음속에만 간직했던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여행에 도전해봅니다.
국토종주 후기를 검색해보면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들은 3박 4일에 완주한다는 후기가 많습니다.
이 기준으로 계산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길 코스는 633km, 산술적으로 계산해봐도 하루에 적어도 150km이상 달려야 합니다.
상당히 타이트한 일정으로 야간 라이딩과 우회로 숙지는 필수입니다.

이미 서울에서 춘천을 오가며 경험했던 아름다운 풍경이 어둠에 모두 가려져 버린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일정에서 야간 시간은 제외했습니다.
일단 당일치기로 150km거리라면 어찌 해보겠지만, 다음날을 생각하면 지금 실력 수준으로 실현 불가능입니다.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들처럼 상세한 일정 및 목적지와 숙박 계획까지 세우고 싶지만, 사실 얼마나 달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가는데 까지 달리고 오후 6시를 넘기면 방을 잡고 휴식 한다는 목표만 세웠습니다.
그리고 이미 많이 다녀온 아라뱃길과 양평 구간은 건너뛰기로 합니다.

후기를 참고해서 필요한 것들을 챙겨봅니다.
사진에 없는 버프, 장갑, 고글, 헬멧은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입니다.
하지만 무거운 자물쇠는 제외하라는 수 많은 조언을 무시하고, 무식한 6관절 자물쇠를 챙겨갑니다.
혼자 처음으로 떠나는 여행이라 불안해서 가져간 물건이지만, 무겁고 튼튼한 자물쇠는 여행 도중 버릴까 고민 할 정도로 쓸모없습니다.
자물쇠를 굳이 가져간다면 도심 화장실이나 식사 때 잠시 묶어둘 아주 가벼운 자물쇠 하나면 충분합니다.

종이지도 관련 의견도 많습니다.
사실상 지도 기능은 스마트폰으로 완벽하게 대체 가능하고, 지금 내가 있는 위치를 알 수 있는 GPS는 치트키나 마찬가지입니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떨어지거나 고장으로 위치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 종이지도 역시 제 역할을 못하기 쉽습니다.
저 역시 종이 지도를 챙겨 갔지만, 단 한번도 펼쳐 보지 않았습니다. 
종이 지도보다 보조 배터리를 챙겨가세요.
그리고 스마트폰을 하루종일 뜨거운 햇볕이 노출되는 핸들바에 붙여두면 고장 나기 쉽습니다.
특히 보조 배터리에 연결하고 지도 화면에 띄우고 계속 보면서 혹사 시키면 스마트폰 수명에 악영향을 주니 꼭 필요한 곳에서만 켜는 걸 추천합니다.

옵션으로 간단한 생활복을 챙겨가면 숙박 시설에서 샤워 후 식사나 보급품 구입을 위해 외출하기 수월합니다.
만약 짐을 줄이기 위해 입고 있는 옷 한 벌을 계속 빨아 입는 방법을 택하면 숙박을 잡고 샤워 전에 식사와 보급을 해결해야 합니다.
저는 후자를 택했습니다.

숙박을 기본으로 세팅한 짐들이라 핸들바 가방과 안장 가방에 모두 정리 가능합니다.

전철로 이동 시간만 2시간 걸릴 예정입니다.
접이식 자전거라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만큼은 다른 자전거가 부럽지 않습니다.

2016년 당시 미세 먼지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기상정보에 표시되는 수치에 두 배를 곱해야 실제 수치가 될 정도로 언론 통제도 심했습니다.
포스팅을 정리하는 2020년 지금은 다른 상황으로 괴롭지만,
옆 나라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니 눈에 띄게 변한 대기 환경이 체감됩니다.

곧 여행이 시작되는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자전거 국토종주 여행을 국가에서 장려하던 시기라 전광판에도 자전거길 안내가 자주 등장합니다.

서울 반대 방향으로 길을 찾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찾는 길이 공사 중이라 스마트폰 GPS를 이용해 겨우 찾아갑니다.

드디어 새로운길 시작입니다!

길이 끊어지고 다시 한번 스마트폰 도움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이 표지판과 친해져야 합니다.

입구는 산책로 같은 분위기였지만,
제법 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로 이어집니다.
달리기 좋은 길이라 로드 그룹도 자주 보입니다.

자전거 전용 도로는 갈림길마다 국토종주 안내 표시가 큼지막하게 쓰여있습니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노란 꽃들 덕분에 눈이 즐겁습니다.

아직 여유가 넘쳐흐릅니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새로운 풍경을 마음껏 즐기고 있습니다.

자전거전용 길이 끊어지고 생소한 국도로 이어집니다.
오래된 아스팔트가 반겨줍니다.
이어서 친절한 자전거 그림이 그려진 표시판과 함께 이곳이 10% 언덕임을 알려줍니다.

후미개 고개입니다.
MTB 기어세팅을 시험해볼 겸 저단 기어로 두고 달리니 끌바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거의 걷는 속도로 올라갑니다.
사실 후미개 고개는 국도 코스 맛보기 구간입니다.
그동안 달려본 서울에서 춘천 구간은 아주 잘 정비된 자전거길에 속합니다.
국토종주 코스는 국도가 대부분입니다.

이포보 근처에 도착하자 예쁘게 꾸민 음식점과 카페들이 눈에 띕니다.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비행기가 놓여 있는 곳이 이포보입니다.
이곳은 관광지로 운영되는 곳이라 야경도 볼만한 곳이라고 합니다.

이포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습니다.
올라가 보고 싶지만 후미개고개를 넘어오면서 땀에 흠뻑 젖은 상태라 다음을 기약합니다.

전망대 대신 커다란 공 같은 구조물이 궁금해서 다리 중간 부분까지 건너가 봅니다.
내용이 궁굼해서 건축물 의미를 찾아보니 비행기 같은 구조물은 백로, 공은 백로의 알 이라고 합니다.

드디어 첫 번째 인증센터 도장을 찍습니다.
여행 당시 이곳이 어딘지 모르고 무작정 길만 따라 왔습니다. 
길바닥에 계속 적혀있던 "탄금대"라는 기억만 남습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탄금대에 도장을 찍어버립니다.

도장을 찍고 나와보니 이포보 인증센터임을 뒤늦게 알아차렸습니다.
하지만 찍은 도장을 물릴 수는 없는 법 -_-;
다행스럽게 도장을 잘못 찍어도 인증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인증과 병행해도 되고,
사진으로 자전거와 인증센터를 배경으로 본인 인증샷을 남겨도 인정해준다고 하니 편한 방법으로 기록을 남기면 됩니다.

탄금대에 도장을 찍게 한 원흉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시멘트 길이 이어집니다.
특정 구간은 철조망까지 꼼꼼하게 둘러져 있어 군사 시설 같기도 하지만 이곳은 홍수 방지를 위해 물이 넘어가도록 만들어둔 홍수 방지 구조물이라고 합니다.

끝없는 직선 도로는 계속 이어집니다.
아라뱃길 같은 긴 직선 도로는 없을 줄 알았지만, 세상은 역시 넓습니다.
커브길이 그리워 집니다.

삭막했던 직선 도로가 끝나고 잘 정돈된 자전거 전용도로와 쉼터까지 마련된 길이 반겨줍니다.

여주보에 도착했습니다.

물고기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계단식 수로도 보입니다.

첫 도장을 교훈 삼아 두 번씩 확인해가며 실수 없이 여주보에 도장을 찍습니다.
큰 기대 없이 가져간 자전거 수첩이지만 무언가 퀘스트가 부여되는 느낌이라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남한강과 함께 다음 목적지인 강천보로 출발합니다.

여주보와 강천보는 10km의 짧은 거리로 자전거로 30분 남짓 달리면 금세 도착합니다.

점점 익숙해져 갑니다.
다만 다음 인증센터까지 거리는 28km로 지금의 3배 가량입니다.
강천보는 각종 편의 시설이 모여있는 몇 안되는 곳이라 보급을 놓치면 한동안 고생합니다.

도장도 잘 찍어봅니다.

강천보를 건너가면 나름 유명한 곳이 등장합니다.

21% 경사도 자랑하는 경사길.
사진에서 잘 표현되지 않지만 절벽 같은 기울기가 체감 됩니다.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지 못하도록 구조물을 설치해두었습니다.
얌전히 자전거를 끌고 내려가 봅니다.

1시간 간격으로 찍던 도장 퀘스트가 2시간으로 길어졌습니다.
비내섬을 지나 충주 탄금대까지는 36km로 3시간 거리 -_-; 까지 연장됩니다.

강천섬을 우회하는 길도 마련되어 있지만,
예쁜 곳을 마다하고 재미없는 공도를 탈 이유가 없습니다.
강천섬을 통과하는 코스로 가봅니다.

비포장 도로지만 공원 느낌이 드는 잘 정돈된 흙길이 이어집니다.

예쁜 길을 달리면서 힐링하는 기분은 최고입니다.

공도로 빠져나와 갑자기 강원도 도착을 알리는 표지판이 반겨줍니다.
여기에서 섬강으로 방향을 틀면 정말로 강원도 원주로 갈 수 있습니다.
이번 여행은 부산이 목적지기 때문에 강원도는 잠시 발만 걸치고 남한강을 따라 충북으로 향합니다.

땡볕 아래 삭막하던 이전 직선 도로와 다르게 남한강과 예쁜 꽃들이 만들어낸 풍경에서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오고 가는 사람이 극히 적기 때문에 마주 오는 사람들이 보이면 반갑습니다.
종주 중 유일하게 만난 미니벨로입니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10% 경사길.
점점 익숙해져 갑니다.

싫어하는 공도 길이지만 산에 가려진 그늘 덕분에 덥지 않아 좋습니다.

비내섬 인증센터에 도착합니다.

조금 흐릿하지만 만족스럽게 찍혔습니다.

다음 충주 탄금대까지 지금처럼 달리면 3시간 가까이 걸릴 예정입니다.
이곳에서 떨어져 가는 음료수를 보급합니다.

한적한 시골길도 지나갑니다.
국토종주 코스를 알리는 파란색 라인이 없지만 지도를 확인하고 안심합니다.

슬슬 해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대략적인 목적지를 정해야 하는 시간.
다음 인증센터인 탄금대로 정했습니다.

자전거를 위해 새로 만든길도 있습니다.
강변을 따라 나무무늬 데크로 이색적인 자전거길을 만들어 놨습니다.

충주 근처에서 한강보다 잘 닦인 자전거도로를 보고 감탄합니다.
잘 정돈된 논밭과 예쁜 꽃들이 눈을 즐겁게 해 줍니다.

오늘 달려 본길 중 가장 예쁜 길입니다.

흔하게 보이는 작고 노란 꽃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꽃 이름을 남기기 위해 검색해봐도 제 눈에는 모두 비슷해 보입니다.
자전거에서 내려 카메라가 허용하는 최소 거리에서 가능한 크게 담아봅니다.

충주댐으로 가는 분기점입니다.
거리상 8km정도로 가깝지만, 후기를 보면 온통 산길에 대부분 오르막이라 합니다.
왕복 16km에 오르막을 감안한 절반 속도로 계산하면 3시간은 추가로 걸리겠습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탄금대를 향해 서둘러 출발합니다.

저 멀리 충주시가 조금씩 보입니다.

이제 거의다 왔습니다.

오늘 여행을 마무리할 도장을 찍기 위해 지도에서 인증센터를 검색합니다.

생각했던 일정보다 1시간 가량 늦었습니다.

드디어 오늘 도장을 잘못 찍고 길바닥에서 계속 보이던 탄금대 인증센터에 도착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숙박을 잡아야 합니다.

숙박을 잡고 서둘러 쉬고 싶지만 아름다운 노을 풍경이 저를 붙잡습니다.
이왕 늦은 거 마음껏 감상합니다.

가장 가까운 곳으로 방을 잡았습니다.
자전거 여행객이 많은지 방에 커다란 자전거를 들여놓기 쉽도록 현관을 넓게 만들어둔 점이 인상적입니다.
주변에 식사가 가능한 곳이 있는지 알아보니 저녁 7시 이후 모두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샤워와 세탁을 마친 시간은 이미 7시를 넘겼습니다.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내일 아침까지 해결 가능한 치킨을 시켜 먹습니다.

이름은 모텔로 등록되어 있지만 여관입니다.
요즘은 좀처럼 보기 힘든 브라운관 TV가 있습니다.
옛날 감성에 맞춰 스타크래프트 게임 채널을 찾아봅니다.
화면이 잘리긴 했지만 잘 어울리는 화면입니다.
내일을 위해 속도계와 보조배터리를 충전시킵니다.

충주까지 달리기 좋은 길이 많습니다.
쉼터와 보급 가능한 편의 시설도 많은 편이라 몸 풀러 나온 로드 그룹도 많습니다.
서울에서 충주까지 200km가량인데 당일치기로 나온 고수 분들도 계십니다.
하루에 100km도 힘든데 사실 상상이 잘 가지 않습니다.

내일은 국토종주에서 가장 높은 고갯길인 이화령 고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난생 처음 해보는 숙박 여행이라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느껴지는 코스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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