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벨로 버디와 국토종주 3일차 문경-칠곡

여행에 어느 정도 적응되어 첫날보다 숙면을 취했습니다.
이제 3일차가 되니 달릴 수 있는 거리 감이 잡히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최소 목표 구미까지 달려보고 가능하면 대구도 목표로 삼아봅니다.
그나저나 집에서 나온 후 단 한 번도 밥을 먹지 않고 양갱과 치킨만 먹고 있으니 뱃속에서 슬슬 짜증을 내기 시작합니다.

접이식 미니벨로는 이런 면에서 편리합니다.
가장 작은 엘리베이터에도 들어가는 사이즈라 숙박 시 아무 제한 없이 방을 고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팁이 될지 모르겠지만,
같은 모텔 이름을 달고 있더라도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 시설이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생각보다 일반 여관이 모텔로 상호만 바꾼 곳이 많습니다.

문경시로 길게 이어지는 철로 덕분에 시내 통행을 위해서는 고가 도로나 건널목으로만 드나들 수 있습니다.
사진은 점촌역 풍경입니다.

한적한 자전거길이 이어집니다.
국토종주 중간 부분이라 사람 구경하기 힘들어집니다.
맞은편에 오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면 반갑게 맞아줍니다.
혼자 달려야 되는 구간이 많아 적막함을 잊기 위해 가져온 라디오는 큰 힘이 됩니다.

높은 산들이 가득하던 어제와 다른 풍경입니다.

자전거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핸들 조향에 묘한 유격이 느껴져 자전거를 점검해보니 피봇 볼트가 반쯤 풀려갑니다.
폴딩 시 움직이는 부분이라 꽉 잠가버리면 곤란한 부분이지만,
지금 나사를 고정해주는 록타이트가 없습니다.
임시방편으로 주행 진동에 풀리지 않을 정도로 조여줍니다.

어제 냉장고에 넣어둔 음료수도 쉬면서 마셔봅니다.
너무 얼어서 마실 수 없는 부분은 그대로 들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니 금세 녹아내립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낙동강 자전거길 시작입니다.

길 옆으로 커다란 낙동강이 같이 흐릅니다.

상주 상풍교 도착
로드 일행분들이 무언가 열심히 찾고 있어 이야기는 못 나누고 간단하게 인사만 건네 봅니다.

지금까지 잘 작동하던 구형 휴대폰님께서 뜨거운 햇볕과 혹독한 환경 속에 일을 계속 시키니...
마음대로 퇴근을 해버립니다.
앱으로 사이버 인증을 해야 하니 바로 다시 출근 시킵니다.
덤으로 배터리까지 충전이 되는 척 마는 척하고 근무 태만입니다.
ps.스마트폰을 자전거 핸들바에 계속 붙이고 다니지 마세요.
수명에 악영향을 줍니다.(저는 이 여행 이후 휴대폰이 고장 났습니다)

가장 힘들다고 하는 이화령 고개도 넘었고,
앞으로 더 힘든 길이 있을까 싶어 길을 따라 생각 없이 달려갑니다.

심상치 않은 길이 펼쳐집니다.

이 길을 마주하고 길을 잘못 든 게 아닌가 싶어 몇 번이고 지도를 살펴봤습니다.
사진으로 표현되지 않지만, 그냥 절벽입니다.
주행 로그상으로 믿기 힘든 30%가 찍혀있습니다.
나름 악명 높은 업힐로 매협재라 합니다.

오차가 있겠지만 20%는 확실하게 넘어갑니다.
MTB 기어비로 세팅돼서 페달은 굴러가지만 앞바퀴가 여지없이 들려버립니다.
여행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갑니다.

전망대에 오르니 생각지 못한 보상이 있습니다.
한눈에 보이는 낙동강 풍경이 일품입니다.

인증센터에서 만난 일행이 코스 검색 중인 이유를 알았습니다.
상풍교를 건너 반대편으로 가면 오르막이 있긴 하지만 다닐만한 길이라고 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오르막으로 멘탈이 털리고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딱 좋은 곳에 매점이 있습니다.

상주 박물관도 있습니다.
무료 개방 표지판이 보이지만, 지금 쉬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합니다.

시원한 커피도 좋지만,

역시 허기부터 채워야겠습니다.
카페처럼 운영하는 곳이라 밥은 없습니다.
하지만 진리의 라면에 김치!
훌륭합니다.

음료수도 잔뜩 구입합니다.

공원에 독특한 조각상이 있습니다.
"만남"

"꿈"

"만족"

경천섬을 연결해주는 예쁜 다리가 시선을 사로 잡습니다.

상주보 도착!
코스 중간 지점에 해당해서 그런지 각종 픽업과 숙박시설 광고로 가장 많이 보이던 곳입니다.
기둥에 각인된 자전거 마크가 인상적입니다.

관리가 너무 잘돼서 그런지 잉크가 넘쳐흐릅니다.
반대편까지 찍힐 정도라 수첩을 들고 한동안 입으로 불어가며 말렸습니다.

물받이가 없는 자전거라 젖은 땅을 만나면 괴롭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경사도와 체감되는 경사 그리고 표지판에 적혀있는 경사도가 모두 제각각입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7%로 표기된 낙동강 지역 대부분이 적어도 15% 정도로 느껴집니다.

자잘한 언덕과 생각보다 힘든 코스에 잠시 쉬어갑니다.

쉼터에 눕는 순간 천장에 벌집 흔적으로 보고 움찔했습니다.

국토종주 손글씨 버전.

낙동강 코스는 자전거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산으로 가는 길과 평탄한 길이 뒤섞여 있습니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곳에 펼쳐지는 들판도 있습니다.

저 멀리 낙단보가 보입니다.

낙단보는 한국 기와집 형태로 멋을 내두었습니다.

낙단보에는 도장 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종이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만족스럽게 찍힌 도장입니다.

처음에는 평탄한 길과 시원한 강을 보면서 기분 좋게 달릴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무것도 없는 들판과 함께 오로지 낙동강만 보입니다.

이화령 고개를 넘을 때까지만 해도 자신감이 넘쳐흘렀습니다.
진정한 국토종주 고비는 낙동강 코스입니다.

쉼터는 생각보다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보급을 소홀히 해서 점점 지쳐갑니다.
다른 팀이 픽업을 불러 떠나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그동안 당일 여행 경험으로 대충 초코바로 허기만 채우고 다녀서 그런지 더 이상 힘이 나질 않습니다.

휴개소가 보여 반갑게 달려가 보면,
고속도로가 막고 있습니다.
애초에 자전거 도로에서 진입을 염두 해두고 만든 길이 아니라서 말 그대로 그림의 떡입니다.

마침 시골길 사이로 배달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옵니다.
음식점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모르는 길로 무작정 달려가 봅니다.

천국을 찾은 기분입니다.

여행을 시작해서 식사라고 부를만한 음식을 먹습니다.
든든하게 먹고 물도 가득 얻었습니다.
앞으로 식사는 꼭 챙겨 먹어야겠습니다.

구미보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같은 코스를 달리고 있는 일행을 모두 다시 만났습니다.
MTB를 타고 오신 어르신 분들과,
로드를 타고 온 젊은 친구들입니다.

확실하게 어르신 분들은 소풍 나온 분위기인데
로드분들은 곧 쓰러질 표정입니다.
경험으로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로드는 확실히 아무나 타기 어려운 자전거임은 분명합니다.
물론 비주류에 속하는 저 같은 미니벨로 역시 아무도 없습니다.

뱃속이 든든해지니 마음이 한결 여유롭습니다.
장미 담장을 배경으로 사진도 담아봅니다.

낙동강 물위를 달리는 길도 있습니다.

구미시에 도착하자 커다란 디스플레이 공장도 보입니다.
하지만 자전거 도로 근처에는 삭막한 공장만 잔뜩 보일 뿐 식당이나 편의점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오늘 식당에 들러서 밥을 먹길 정말 잘한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니 뱃속에서 다른 신호가 옵니다.
구미시 근처라 공중 화장실을 어렵지 않게 찾았습니다.
그런데 자연 발효 화장실로 수도시설이 일체 없습니다.
조금 찜찜함을 뒤로하고 출발합니다.

선선한 저녁 바람과 함께 체력이 회복되고 컨디션도 좋아집니다.

낙동강에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풍경이 자주 보입니다.
신기하게 물속에 자라고 있는 나무들이 보입니다.
알아 보니 4대강 정비 사업으로 물에 잠겨 죽어가는 버드나무들이라 합니다.
일종의 생태계 파괴 현상이라 아쉽습니다.

칠곡보에 도착합니다.

도장도 만족스럽게 찍혔습니다.
컨디션도 좋고 조금만 더 가면 대구에 도착합니다.
지도를 살펴보기 위해 가방에 넣어둔 휴대폰을 꺼내 들었지만, 배터리 경고 알림이 표시됩니다.
배터리 용량 3% ...
이런 비상사태 방지를 위해 보조 배터리에 항시 연결해 두고 있었는데 당황스럽습니다.
접촉 불량인가 싶어서 몇 번이나 케이블을 다시 연결해도 충전 표시가 뜨지만 충전이 되지 않는 이상한 현상이 반복됩니다.
숙박지를 찾을 때 스마트폰 없이는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어렵고 번거롭습니다.
결국 전화기를 완전히 꺼버리고 케이블을 연결해봅니다.

대구로 가는 목표는 접어두고 근처에 보이는 칠곡군으로 향합니다.
다시 전화기를 켜보니 다행스럽게 10%가량 충전되었습니다.
꼭 필요한 곳에서만 화면을 켜기로 하고 숙박지를 돌아 봤지만,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1~2층 방은 모두 팔렸습니다.

결국 5층으로 방을 얻었지만 접이식이라 큰 문제 없이 자전거를 현관에 보관했습니다.
간단하게 세면 후 식사를 위해 다시 나갔습니다.

늦은 시각이었지만 운 좋게 만두 갈비탕을 사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꿀맛입니다.
역시 밥을 먹어야 합니다. 그동안 당일 라이딩에서는 귀찮아서 에너지 바로 대충 때웠지만.
장거리 여행 시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습니다.

오늘 매협재에 데인 경험 때문에 코스 정보를 폭풍검색하기 시작합니다.
일단 가장 악명 높은 다림재 우회로를 확보합니다.
(이 선택은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5층이라 조용합니다.
이제 여행에 완전히 익숙해졌습니다.
베개에 머리를 붙이자마자 바로 꿀잠에 들어갑니다.

2016년 5월 말 정말 너무 더웠습니다.
스트라바 평균온도 31도를 찍습니다.
업힐도 높이 200m 정도 되는 고개를 3~4번 오르락내리락하고 이화령은 국토종주의 입문 코스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느껴지는 코스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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